최근 구미공단에 있는 한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여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십톤에 달하는 철골구조물이 100여 미터를 날아갔으니 당시 폭발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 가능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위험이 큰 가연물질을 다루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졌고 이는 품질불감증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느슨해진 품질경영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전력그룹사는 안전의식에 대한 지적을 여럿 받았다.
비단 전력업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안전·품질경영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때다. 세계 최고의 품질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어떻게 지금의 영광을 누리게 됐을까.
일본이 품질관리에 눈을 뜬 시기는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만든 비영리 조직인 JUSE(Japanese Union of Scientist and Engineers)는 미국의 에드워드 데밍 박사를 초청해 8일간 품질관리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데밍 박사는 ‘통계적 품질관리기법(TQM)’을 소개하며 일본 산업계에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통계학자였던 그는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품질확보를 강조했다.
이 교육이 시발점이 돼 데밍 박사는 일본 품질관리의 대가로 불리게 됐으며, 일본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1년 ‘데밍상’이라는 품질경영상을 만들었다. 미국사람인 그의 이름을 붙인 상을 제정할 만큼 일본 산업에 많은 영향을 줬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의 이론을 받아들여 꾸준히 품질경영을 펼친 일본 기업들의 혁신활동도 눈여겨 볼만하다.
데밍 박사의 이론을 실천한 일본 기업들은 품질을 낮추지 않아도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도요타, 소니, 혼다 등 세계 시장에서 품질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 모두가 그의 품질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사태는 줄곧 쌓아온 삼성의 품질제일주의에 큰 타격을 줬다. 일부 해외 언론은 한 기업을 넘어 한국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이러다 품질과 안전을 등한시하는 후진국형 산업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이번 사태를 한 기업의 내부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향후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철저한 품질관리와 검증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삼성 또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빠른 조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대대적인 품질경영 손질이다.
삼성은 이번 사태로 총 7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의 2%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당장의 손실도 문제지만 앞으로 한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구체적인 형태를 알 수 없는 ‘창조경영’을 앞세우기 보다는 배우고 습득해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질경영’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탄탄한 품질경영이 뒷받침돼야만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신산업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