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최근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전역이 암흑에 휩싸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국가 전체의 전력공급이 끊기는 이례적인 사고로 두 나라 국민 모두 불편하면서도 당혹스러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까지 뚜렷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진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가 간 전력송전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구 반대쪽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전력품질과 예비력 못지않게 수용가까지 전달하는 송·배전망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생생한 사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품질과 기술 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 끔찍한 정전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갑작스런 폭염에 따른 냉방설비 과다사용으로 예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역별 순환단전이 시행됐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한 자율절전과 부하제어 조치였지만 국민들 눈에는 그냥 정전 사고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보단 낫지만 예년 평균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여름철 전력예비율은 평균 10% 이상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여름에는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7%대로 떨어졌다.
최근 몇 년 여름철 최대 전력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7월 21일 최대 전력수요 8,458만kW를 기록해 예비율 12.3%를 유지했다.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는 7월 24일 기록한 9,247만kW로 당시 예비율은 7.7% 수준이었다.
예비율이 중요한 것은 9.15 순환단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수요예측이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재난수준의 폭염이 지속될 경우 최대 전력수요는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22%로 정한 바 있다. 최근 전력수급 상황으로 봤을 때 전력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여름이 지난해만큼 덥거나 더 더워질 경우 전력수요 증가율이 0.6~1.4%p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용은 경제성장 둔화로, 건물용은 평년기온 회복 등으로 전력수요 증가세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몇 년 전부터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마련 시 비상상황에 대비한 추가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요자원(DR)도 올해 여름철 피크감축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전 4기와 맞먹는 4.3GW 규모의 수요자원이 운영 중이다.
다양한 공급능력 확충으로 올여름 전력수급 또한 예년과 같이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선 발전기 불시정지와 전력망 고장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점검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전력설비에 대한 유지보수와 설비점검이 느슨해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발전부터 송변전과 배전에 이르는 모든 전력설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