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봄을 알리는 입춘을 지나 겨우내 잠들었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모든 산업계는 여전히 한파 속에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봄은 왔지만 따스함을 느낄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시시각각 울려대는 안전 안내 문자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일상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비롯해 각종 국가자격시험 일정마저 잠정 연기됐다. 외교부의 노력에도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의 외부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소비경제 또한 꽁꽁 얼어붙고 있다. 관광·외식·항공·공연 등 소비자 발길이 끊긴 업계는 직격탄을 맞아 비상이 걸렸다.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에너지산업은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커 보이지 않지만 사업장 폐쇄·인력 공백·부품 수급 차질 등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도 코로나19에 뚫렸다. 한수원 본사 직원 1명과 월성원자력본부 청경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한때 비상이 걸렸다. 원전 가동에 영향을 미칠 단계로 확산되지 않아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제조시설 등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수요 또한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월 중순 이후부터 3월초까지 일일 최대전력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일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기온변화 등 외부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사태가 전력수요 감소에 상당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업계도 기자재 공급 지연과 인력 공백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차질을 이유로 예정된 부품 공급 기일을 미루는 경우가 속속 나오면서 전체 사업일정이 순차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사업자 부담은 커지고 있는 상태다.
기자재 공급뿐만 아니라 현장인력 관리와 수급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특정지역 방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 현장에 투입하는 인력을 제한하다보니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ESS 연계를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경우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REC 가중치가 오는 7월부터 변경되기 때문이다. ESS를 연계할 경우 지금까지 풍력은 4.5를, 태양광은 5.0의 REC 가중치가 주어졌지만 7월부터 모두 4.0으로 바뀐다.
정책적으로 정해진 REC 가중치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는데 예상치 못한 국가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예상수익이 크게 떨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ESS 화재로 인한 사업지연을 고려해 ESS 연계사업의 REC 가중치 적용기간을 6개월 연장했듯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기간연장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지만 피로감이 쌓여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일 것이다. 에너지란 사물이 갖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 개개인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과 나눈다면 지금의 어려운 시국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