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코트 안쪽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에 어느덧 겨울이 찾아 왔음을 느낄 때쯤 무심코 바라본 책장 위 달랑 한 장남은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라 생각하니 달력 한장 한장을 거꾸로 뒤집어 보게 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한 해 동안 전력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부침도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전력계 전반의 경제활동은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올해 전력계 최대 이슈는 단연 ‘탄소중립’이다. 국가적 차원의 환경 정책이지만 세부 이행전략을 살펴보면 전력계의 역할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2030 NDC 상향안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도전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에너지 쪽에 해당하는 전환부문의 감축량이 가장 많다. 전환부문에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량은 전체 감축목표의 41%가 넘는 2억9,100만톤 규모다. 두 번째로 감축량이 많은 산업부문보다 3배나 많은 양이다.
결국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대폭적인 재생에너지 증가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전력공급이 가능한 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3020 이행계획에서 목표한 12GW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11월 전기위원회에서는 역대 최대인 8건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4건이 부유식해상풍력이다.
이처럼 해상풍력 개발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업권을 선점하려는 일부 개발사들로 인해 해상풍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질 우려가 있어 풍력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풍황 계측기 설치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선 허가 취소 등의 일관된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전기위원회는 발전사업 중복 문제를 사업자 간 협의로 떠넘길 게 아니라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에 명시된 규정을 가감 없이 적용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산정을 위해 올해부터 본격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연료비 연동제는 기준연료비 대비 실적연료비 차이를 분기별로 반영하는 것으로 직전 분기 대비 kWh당 3원 범위 내에서 조정되도록 운영된다. 한전의 재무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자마자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낮췄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 변동이 발생했지만 물가상승 등을 우려해 2·3분기를 넘긴 다음 4분기 전기요금에 변동분을 반영했다. 이를 두고 기습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지난해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일 뿐 요금을 인상한 것은 아니다. 두부 1개에 1,000원을 받던 사업자가 콩 값이 내려 900원으로 낮춰 팔다가 콩 값 인상으로 다시 원래 가격인 1,000원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며칠 후면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전력계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