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원전 30GW 및 이용률 90% 가정시 원전 운영 경제성 97조원으로 추정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지난해 말, 완전 국산화로 이뤄진 신한울1호기가 본격적으로 전력생산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는 원전건설 분야에서 해외시장 수주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원자력은 전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 해결과 탄소중립 달성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러‧우 전쟁으로 인해 식량 및 LNG 가격이 급등해, 에너지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발전원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는 2월 21일 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에서 과총 정책연구소와 원자력정책포럼 주관으로 ‘초격차 원자력 강국의 길’을 주제로 이슈포럼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국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황주호 사장이 발제를 맡았다.
이어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아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에는 박기철 한국원자력산업진흥협회 이사장,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고문,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사용후핵연료, 주민 불신 해소가 과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국의 원전 건설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새울 1·2호기 건설비가 4조원 정도인 반면 새울 3·4호기의 건설비는 건설자재 구입비 증가 등으로 5~6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원전 건설비 증가가 수출 시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가동원전인 고리2‧3‧4호기와 한빛1‧2, 월성2호기는 각각 올해를 기점으로 각각 해마다 설계수명 40년 만료일이 도래하고 있어 계속운전 혹은 영구정지 간 대립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도 영구처분장에 대한 정부의 추진계획이 미수립돼 있어 갈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해 보관할 계획이다. 하지만 임시저장시설이 최종처분장 운영 전까지 임시저장 수단이란 확신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최종처분장 운영시점을 2060년으로 보고 있지만 원자력 학계는 2050년에 가능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원전사업 인허가 문제에 대해선 “기존 경수로 원전사업 위주의 현 인허가 체계는 SMR 등 차세대 원전사업의 인허가 절차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다”며 새로운 인허가 절차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036년 원전 30GW 및 이용률 90% 가정 시 원전 운영에 따른 경제성은 +97조원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주호 사장이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매출액(30GW×365일×24시간×0.9×60원×40년) 568조원에서 ▲건설비(1GW당 3.5조원×30GW) 105조원 ▲운영비(1GW당 0.25조원×30GW×40년) 300조원 ▲중조준위 관리비(800,000드럼×25/35×12,000,000원) 7조 ▲고준위 관리비(30GW×365일×24시간×0.9×3원×40년) 28조원 ▲원전해체비(30GW×1조원) 30조원을 제한 97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규제, 세계시장 주도 위해 혁신적으로 바꿔야
주요발제 이후에는 백원필 원자력학회장의 진행으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박기철 원자력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반핵단체의 왜곡, 가짜뉴스로 인한 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지나친 공포심이 우려된다”며 “원전 주변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오히려 타 지역보다 낮다. 이제는 지성인이나 지식인들이 가짜뉴스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고문은 한빛 1·2호기 이후 매년 꾸준히 신규원전이 건설되면서 원전산업 생태계가 유지됐고,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UAE 바라카원전 수주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신규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기용 고문은 “단기적으로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 계속운전 등을 통한 발주 물량 증가가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원전 안전성 강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마련, 원전 건설에 대한 주민수용성 제고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초격차 기술은 절대적, 남이 넘볼 수 없는 기술을 의미한다”며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것은 지금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 공급망을 튼튼하게 갖췄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MR은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사고다. 절대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단지에 SMR이 건설되고 전력을 공급하는 체계가 돼야 한다”며 “현 심층방어 차원의 원전 개념에서 SMR에 맞는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많은 규제들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원전 이용률 90%가 가능한 것은 가동 중 정비가 가능하기 때문인 반면, 국내 원전은 발전정지 후 정비를 하기 때문에 이용률 90%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연속성이 없어지면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전 비리사건 이후 원자력감독법 생긴 이래 현재까지 원자력 지원에 관한 법이 하나도 없다. 원자력수출진흥법도 없고 만들 생각도 없다”며 “원자력계가 나서서 원자력지원법 제정을 국회에 적극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사업에 민간기업의 참여 문제는 당연히 SMR부터 참여를 적극 건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간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하기 위해선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고, 그것이 업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방안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