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역 대상 후보지 검토 중… 부유식도 추진
전 세계 1.4GW 해상풍력 운영… 올해 1GW 추가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원자력과 수력발전을 주력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프랑스 산업과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국영 에너지기업 이디에프(EDF)가 저탄소 에너지원 확대를 위한 중장기 에너지믹스 전략 중심에 해상풍력을 두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설립된 이디에프는 80년 가까이 프랑스 전력산업을 이끌어온 에너지 회사로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인 국영기업이다. 발전은 물론 송배전사업, 발전소 설계, 발전설비 유지정비 등 전력분야 전반에 걸쳐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설계·정비 등 분야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과 유사한 사업구조다.
사업 분야별 운영·관리를 개별 자회사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각 전문성에 기반 한 자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로 이디에프 그룹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디에프 그룹에서 풍력·태양광·수소·ESS 등 글로벌 에너지시장 화두인 재생에너지 분야 비즈니스를 맡고 있는 곳이 이디에프리뉴어블스(EDF Renewables)다.
이디에프리뉴어블스는 지난해 기준 1.4GW 수준인 해상풍력 개발 실적을 2050년까지 28배가 넘는 40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장기계획은 이디에프 그룹이 저탄소 에너지믹스 구현을 위해 수립한 ‘CAP 2030’ 전략을 구체화한 핵심 이행방안 가운데 하나로 이디에프리뉴어블스의 그룹 내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시장 흐름 속에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이디에프리뉴어블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디에프리뉴어블스는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해상풍력 개발을 미주, 아시아지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해상풍력 시장 확장 계획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현재 한반도 모든 해역을 대상으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부유식해상풍력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이디에프리뉴어블스코리아의 대표를 맡아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물론 한국사무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벵상 불랑제 대표는 신뢰성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벵상 불랑제 대표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개발 특성상 프로젝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초기단계부터 개발 여건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공동개발을 비롯해 아직까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부유식해상풍력 개발로 한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해상풍력 목표량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초 부유식해상풍력 ‘PGL’ 하반기 가동
재생에너지 개발부터 건설·운영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는 이디에프리뉴어블스는 2022년 기준 총 10.7GW 규모의 발전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8GW가 풍력설비다. 가동 중인 풍력단지 가운데 해상풍력은 6개 프로젝트에 걸쳐 1.4GW 수준이다.
현재 건설 중인 4개 프로젝트 가운데 올해 하반기 3개 해상풍력단지가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 해상풍력 개발실적은 2.4GW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보급실적인 124.5MW의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올해 가동을 목표하고 있는 해상풍력단지는 ▲NnG ▲페캉(Fécamp) ▲프로방스 그랜드 라지(PGL) 등 3개 프로젝트다.
432MW 규모로 영국에 건설 중인 NnG 해상풍력은 수심 50m 내외 바다에 재킷타입의 하부구조물을 적용한 프로젝트다. 이미 일부 풍력터빈은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페캉 해상풍력은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프랑스 본토에서 추진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개발한 해상풍력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498MW로 건설 중이다. 페캉 해상풍력의 눈에 띄는 특징은 하부구조물로 GBS(중력기초구조물)를 적용한 점이다.
GBS는 고중량의 콘크리트로 제작된 하부구조물로 모노파일이나 재킷타입과 달리 해저지반에 강관을 박는 작업이 필요 없다. 얇은 수심과 평탄한 지반조건을 갖춘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24MW 규모로 건설 중인 PGL 해상풍력은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개발한 첫 번째 부유식해상풍력인 동시에 프랑스 최초 상업용 부유식 프로젝트다. 해안선에서 약 17km 떨어진 수심 100m 내외 바다에 지멘스가메사의 8MW급 해상풍력터빈 3기가 설치된다.
벵상 불랑제 대표는 “PGL 프로젝트에 적용한 부유체·풍력터빈·계류시스템 등은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최적화를 거쳤다”며 “해저 지면에 닿지 않으면서 부유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이중화 계류시스템과 파도·해류를 고려한 다이내믹케이블 등의 기술력을 검증했다”고 부유식해상풍력 분야 경쟁력을 설명했다.
이어 “PGL 프로젝트 이외에도 노르웨이 웃시라 노드(500MW), 프랑스 브르타뉴 사우스(250MW) 등의 부유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을 통해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한국 시장에 접목해 다양한 산업계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 분야 전문인력 600여 명 근무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해상풍력 시장에서 처음 성과를 낸 건 불과 10여 년 전이다. 벨기에 최초 해상풍력단지인 손튼뱅크(Thornton Bank)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3단계에 걸쳐 325MW 규모로 개발한 게 첫 실적이다.
이후 영국에서 ▲62.1MW 티사이드(Teesside) ▲40MW 블라이스1(Blyth1) 해상풍력을 개발한데 이어 중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혀 ▲300MW 동타이4(Dongtai4) ▲200MW 동타이5(Dongtai5)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전력생산에 들어간 480MW 규모 생나제르(Saint Nazaire) 프로젝트는 프랑스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이다. 이디에프리뉴어블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대란 등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경직됐던 지난해에도 그동안의 개발 경험과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전체 해상풍력 개발과정마다 포진해 있는 전문인력을 꼽을 수 있다.
벵상 불랑제 대표는 “4,6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6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해상풍력 개발계획부터 설계·프로젝트 관리·인허가·운영·유지보수·신기술 개발 등 단계별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사이트를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할 전문인력을 200명 이상 두고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풍력단지 운영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풍력터빈을 자체적으로 유지보수하고 있다”며 “풍력터빈 유지보수 수행능력 확보를 통해 단순 프로젝트 개발을 넘어 장기간에 걸친 효율적인 사이트 운영과 현지 인력양성 등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파트너십·지역주민 상생 집중
이디에프리뉴어블스는 앞서 진출한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연이어 현지사무소를 개설하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부문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이트 발굴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해상풍력 개발 특성상 이디에프리뉴어블스가 해외 프로젝트 추진 시 공을 들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현지 공급망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과 지역주민 상생이다. 해상풍력 개발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벵상 불랑제 대표는 “해상풍력이 현지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프랑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며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3개 해상풍력 프로젝트 영향으로 7,000개 이상의 건설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글로벌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지멘스가메사와 GE가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상풍력 공급망 가운데 제조와 운영분야의 경우 일자리 창출 규모와 지속성이 높아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크다”며 “우리와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 해상풍력 시장에 훈풍이 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를 통해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유도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벵상 불랑제 대표는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는 개발사와 공급망 업체 입장에서 구체적인 시장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며 “해상풍력 선도국가 대부분이 정부 주도 아래 시장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이번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한국 해상풍력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