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후 법령·규칙 등 세부사항 마련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그동안 민간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해상풍력 개발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로 전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쟁점사항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전기협회는 3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무경 의원실, 한국에너지법학회와 공동으로 해상풍력 계회입지 도입과 산업육성을 위한 법체계 마련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무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병합 심사 중인 풍력발전 활성화에 관한 3개 특별법안의 주요내용과 검토사항이 논의됐다.
김원이·한무경·김한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개 풍력 특별법안은 지난 2월 20일과 3월 20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특허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풍력 특별법 제정을 놓고 기존 사업자의 권리·지위를 비롯해 신규 민간사업 허용여부, 정부조직 구성 등의 세부사항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너지공단은 해상풍력 특별법안의 하위법령과 추진단·지원단 구성, 예비·발전지구 지정, 사업자 선정, 실증단지 선정·운영 등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병합 심사 중인 3개 법안을 정리한 최종안이 마련되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계획입지 취지 살려 신규사업 불허 타당
이날 정책포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백옥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상풍력에 특화된 법률 제정이 필요한 이유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특별법안의 주요 쟁점사항을 설명했다.
백옥선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풍력산업에 대한 통합적 규율이 없어 법률간 정합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력 관련 타법과의 정책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국가 소유인 해양공간은 대부분 규제가 아닌 관리대상이라 공유수면법·해양공간계획법 등 관련 법제 간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재생가능에너지법), 덴마크(재생에너지촉진법률), 네덜란드(해상풍력에너지법), 영국(에너지법) 등도 해상풍력에 특화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며 “단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법률 안에 하위법령을 제정해 해상풍력법제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옥선 연구위원은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특별법안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입지선정·사업추진절차 규정 ▲신규사업·기존사업 조치방식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 ▲풍력산업 육성방안 등을 꼽았다.
백옥선 연구위원은 “법률에 기반 한 계획입지란 해양공간의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활용을 통해 해상풍력의 안정적·지속적 운영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해양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다른 이용자들의 행위도 보장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무경 의원안은 앞으로 계획입지를 통해서만 해상풍력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고, 김한정 의원안은 해상풍력 개발을 완전히 금지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법률에 따른 인허가 기준에 맞춰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계획입지를 도입하려는 취지에 비춰볼 때 법 제정 이후에는 다른 해양공간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자 특별법에 함께 태워야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은 해상풍력사업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계획입지를 통해 물량, 전력계통, 배후항만, 설치선박 등의 수요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덕환 팀장은 “계획입지에 기반을 둔 이번 특별법안이 법제화 취지에 맞는 효과를 거두려면 기존 사업자들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20GW 이상의 프로젝트를 특별법안에 함께 태우지 않으면 법안 제정 후 해상풍력 보급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정상적인 절차와 정해져 있는 법체계 안에서 사업을 진행해온 사업자마저 급작스러운 제도변화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해상풍력발전위원회에서 풍황 계측기나 발전사업허가를 심의하는 방식으로 계획입지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덕환 팀장은 늘어나는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설치선박, 배후항만 등의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덕환 팀장은 “현재 국내에서도 해상풍력 전용설치선을 개발하고 있지만 풍력터빈 대형화로 시장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 세계적인 해상풍력 시장 확대로 해외 설치선박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특별법안에 관련 대응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적정성 검토 통과 기존 사업자 계속 추진 가능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이경수 산업부 재생에너지보급과장 ▲김인경 해수부 해양공간정책과장 ▲김태기 대한전기협회 신재생에너지처장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충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반장이 참석해 해상풍력 특별법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경수 산업부 과장은 해상풍력 개발이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로 전환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기존 사업자의 권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경수 과장은 “특별법안에는 기존 사업자의 지위·권리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진 않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등 하부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기존 개별사업은 법체계에 따라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계획입지를 통해 질서 있는 해상풍력 개발을 추진하려는 특별법 제정 취지에 맞게 신규 사업은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대한전기협회 신재생에너지처장은 송전설비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국내 제조업 활성화 지원방안, 전문인력 양성, 해상풍력발전추진단 역할 명확화 등을 제언했다.
김태기 처장은 “특별법안에 수산업 관련 어민 수용성 확보 부문은 포함돼 있지만 송전설비 구축에 따른 인허가 문제와 주변 경과지 민원해결 방안은 빠져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국내 풍력산업 육성 차원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집적화단지에 국산 풍력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상풍력발전추진단 업무 가운데 기본설계 수립의 주요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본설계란 용어대신 기본계획으로 표현을 바꾸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동상이몽·소탐대실 우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상풍력 특별법안 제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동상이몽과 소탐대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은 “특별법안에는 큰 틀만 담겨있을 뿐 세부내용이 빠져있다 보니 사업자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예비지구 지정은 물론 기본설계 수준까지 각자 의견이 상이하다”고 특별법안을 대하고 있는 산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이번 해상풍력 특별법안은 여야는 물론 많은 어민들도 찬성하고 있는 혁신적입 법안”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시행령과 각종 지침을 통해 보완하고 조속한 법제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유충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반장은 계획입지 방식의 해상풍력 개발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수협에서도 어민 설득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유충열 반장은 “시장경제체제로 해상풍력 개발에 나서고 있는 선도국가 대부분이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미 20GW 이상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프로젝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별 신규 사업자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책포럼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한무경 의원은 해상풍력 개발 이해당사자인 어민과 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무경 의원은 “특별법안에 미처 담지 못한 세부사항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규정하면 된다”며 “무엇보다 국회 통과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