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파리 에펠탑이 보잉 747 점보제트기 날개 세 개를 레스토랑 높이에서 회전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것이 현대 해상풍력 터빈의 대략적인 크기다.
최신 모델은 1기당 15MW 규모 설비용량까지 커졌는데 이는 육상풍력 터빈 3배 이상으로 2만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향후 몇 년 내 20MW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선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각 터빈 제조공정에는 200톤 이상의 강철을 비롯해 알루미늄, 구리, 유리섬유, 플라스틱 등이 사용된다. 또 모터를 구동하는 자석에는 수백 파운드의 희토류 금속이 들어간다.
대규모 풍력단지에는 50기 이상의 풍력터빈이 설치되는데 각 터빈을 해저에 고정하는 하부구조물, 전기를 모아주는 변전소, 전기를 해안으로 가져가 전력망에 연결시키는 케이블 등도 필요하다.
노스랜드파워와 같은 개발사 핵심 과제는 이런 다양한 원료를 구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물류와 운송이 아직도 코로나19 여파로부터 회복 중이고 지정학적 갈등과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유동적인 시기에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개발 부지를 허가하면서 현지에서 생산된 장비를 더 많이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방위적 압박
우리는 탄력적이면서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착취나 아동노동을 방지하는 동시에 갈등이나 제재, 부도덕한 정권에 적절히 대응하는 등 포괄적인 ESG 요건을 아우르는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더 엄격해지는 입법과 규제다. 일례로 우리는 유럽연합 규정뿐 아니라 네덜란드 아동노동법, 영국 노예방지법과 같은 개별 회원국 법까지 모두 준수해야 한다.
노스랜드파워 기업 차원의 투자자나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를 포함한 전체 주주, 나아가 지역사회와 일반대중까지 모두 책임감 있는 공급망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종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은 노스랜드파워의 핵심 가치이며, 공급업체 또한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길 원하고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녹색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거나 사회·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필자는 오늘날 해상풍력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사업을 운영할 자격도 잃게 될 것이다.
공급망 아래로 확장
노스랜드파워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든 공급업체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지멘스가메사, GE, 베스타스 등 풍력터빈 제조업체를 포함한 상위 공급업체들은 이미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자체적인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이 운영하거나 외지에 위치해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공급업체나 협력업체 등 점차 공급망 아래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도록 그들을 설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다른 지속가능성 측면은 예상수명 25년 정도가 지난 뒤 터빈과 보조 장비를 어떻게 재활용·재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풍력단지 대부분이 아직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 이 같은 고민은 미래 이슈지만 업계와 공공부문 모두 시급히 해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부품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재활용 가능한 블레이드가 출시됐고, 철강 업계는 탈탄소화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친환경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운영사들은 계약 만료일까지 관련 장비 비용을 분할 상환할 가능성이 높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풍력단지 폐쇄를 위해선 재정적 인센티브를 요구할 것이다.
포트폴리오식 접근 필요
개발사의 글로벌 구매부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결국 구매부서 최우선 순위는 회사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시너지와 학습효과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스랜드파워는 북해와 유럽 전역에 구축한 기존 풍력단지에서 얻은 경험을 아시아와 북미 지역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용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인사이트 중 하나로 현지화와 규모의 경제 간 균형을 이야기할 수 있다. 개별 국가는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길 원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에 걸쳐 공급망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소싱을 할 수 있는 노스랜드파워 같은 글로벌 개발사에게 이는 최적의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지 규정을 정하는 정부와 관료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불황기에 주요 공급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호황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풍력터빈 주문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구축된 관계를 기반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규모에 맞는 발주가 가능해야 프로젝트 마감에 맞춰 납품 일자를 협의할 수 있다.
비교적 신생산업인 해상풍력에서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급증하는 해상풍력 수요와 기후변화 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