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21일 정선에서 ‘SETIC 2024’ 개최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국제표준(IEC)에 부합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기설비 기준 수립을 통해 국내 전기산업 발전과 해외시장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자 2021년 도입된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이 시행 3년째를 맞았다.
사용자 중심의 전기규정으로 국내 실정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KEC는 전기산업계 현장 혼선 최소화와 적용 활성화를 위해 1년간 기존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과 병행 적용하는 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전면 시행 중이다.
전기사업법상 전기설비기술기준 유지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전기협회는 기술기준과 KEC 운영을 통해 전기설비 안전성·신뢰성을 높여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해 발생한 화재사고 가운데 과부하·누전·단락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건수 비중은 26.6%를 차지했다. 2020~2022년 사이 해당 수치도 24~26% 수준을 보였을 만큼 전기설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제도적 요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KEC 적용 활성화와 현장 수용성 제고로 이 같은 전기재해 위험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대한전기협회는 핸드북 발간, SETIC(전기설비기술기준 워크숍) 개최 등으로 KEC 현장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김기현 대한전기협회 기술기준처장을 만나 최근 발간된 KEC 핸드북 개정판과 오는 6월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올해 SETIC 행사에 대해 들어봤다.
KEC, 전기설비 안전 보장할 최소 법적기준
“전기설비기술기준과 KEC는 전기설비 설계를 비롯해 시공·감리·검사·안전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기준이자 안전기준이다. 기술기준과 KEC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작업은 전기설비 현장 안전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도입 3년차가 된 KEC가 전기산업계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감전사고·전기화재 등 전기재해 최소화로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한전기협회는 KEC 현장 안착을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순회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접지설계, 차단기·전선 선정 등 KEC 설계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전기산업계 적용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KEC로 적용한 설계·시공 사례를 전기산업계와 공유하면서 현장 적용 확대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됐다.
KEC 도입으로 전선 식별을 비롯해 저압범위 확대, 종별 접지 폐지, 전선·차단기 선정방법 등 기존 기준에서 미흡했던 규정이 개선돼 안전 강화는 물론 국제표준화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기현 처장은 “60년 넘게 이용하던 기존 전기설비 관련 기준에 익숙해지다 보니 KEC로 전환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KEC 활성화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장 사용자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EC 도입에 맞춰 현장 적용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2021년 발간한 KEC 핸드북 첫판에 이어 최근 개정판을 내놨다”며 “3년 주기로 발행되는 KEC 핸드북에는 현장 적용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발전분야 전기설비를 제외한 저압·고압·특고압·전기철도·분산형전원 부문 전기설비 규정과 해설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해석 모호한 KEC 내용 지속 보완
대한전기협회는 KEC 개정 내용을 전기산업계 현장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핸드북을 제작·배포하고 있다. KEC가 도입된 2021년 첫판에 이어 최근 개정판을 발간했다.
KEC 핸드북에는 기본적으로 KEC에 담긴 조항 별 목적과 제정 취지가 수록돼 있다. 또 해당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적용 가능한 방법 예시도 담겨있다.
김기현 처장은 “3년 만에 발간된 KEC 핸드북 개정판에는 지난해까지 고시·공고된 KEC 제·개정 내용 500여 건이 수록돼 있다”며 “특히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대한 해설 내용도 개정판에 담아 한층 다양한 정보를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기술기준·KEC 적용 시 해석이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현장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와 해당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 내용을 반영했다”며 “앞으로도 전기산업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KEC 핸드북 내용을 추가·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전기협회는 KEC 도입 취지와 개정 내용이 이번 핸드북 개정판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기·발전·신재생 분야 전문가 25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전기기술기준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작했다.
규제 최소화로 기술개발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올해 KEC 핸드북 개정판에 수록된 주요 KEC 개정 내용은 ▲화재 확산 방지 위한 천장 은폐배선 공사방법 ▲금속제 가요전선관 시설 방법 ▲ESS 화재 예방·안전대책 시설기준 ▲전기차 충전설비 안전기준 등이다.
또 정부 우리말 사용 정책을 반영해 KEC에서 관행적으로 쓰여 온 외래어·일본식 한자어 등을 순화·표준화한 개정 내용도 담겼다. 대표적으로 ▲연접→이웃연결 ▲지선→지지선 ▲메시→그물망 ▲점퍼선→연결선 등에 대한 용어가 개정됐다.
대한전기협회는 지난 3년간 KEC 핸드북 2,500부 가량을 전기산업계에 판매·배포한 가운데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e-book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월평균 1,500회 이상의 열람을 기록할 정도로 e-book 서비스를 통한 KEC 핸드북 활용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기현 처장은 “과도한 규제는 산업계 기술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중요하다”며 “전기설비 성능과 품질이 일정수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협의 아래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KEC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산업계도 지속성장 차원에서 기술개발에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ETIC 열어 전기산업계 신사업 발굴 지원
대한전기협회는 국내 전기설비 안전성 향상과 전기산업계 지속가능 성장을 뒷받침할 최신 기술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03년부터 매년 SETIC(전기설비기술기준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SETIC 행사는 6월 19~21일까지 3일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22주년을 맞은 SETIC 행사는 정부 에너지정책 반영을 비롯해 국내외 전기산업계 기술개발·경쟁력 강화와 전기산업 현장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 KEC 시행 이래 관련 정보를 산업계에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전기협회는 SETIC을 통해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알리는 동시에 전기산업계 지속성장을 견인할 미래 신사업 발굴을 돕고 있다.
김기현 처장은 “올해는 행사 내실화와 최신 정보 교류 확대를 위해 전년보다 2개 분야를 추가한 총 12개 분야 기술세미나에 걸쳐 56개 주제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전기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신산업분야인 MVDC 기술개발 현황을 비롯해 전력계통, 청정화력, ESS 등 다양한 분야 해외기술 동향과 현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기화재 예방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아크차단기에 대한 국제표준과 이슈 현황 등을 교류할 수 있는 국제전기기술세미나와 지진에 따른 발전소 안전 확보를 위한 전력산업 구조·내진기술세미나도 열린다”며 “KEC 현장 적용 안정화를 위한 전기·발전·신재생 등 KEC 기술세미나도 개최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기협회는 SETIC 현장에서 아크차단기·지능형수배전반·누전차단기·IMD(절연감시장치)·절연캡 등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기산업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