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냉열·펌프 성능시험·급전제도 등 현황 공유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국가 에너지정책 방향성을 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뒷받침할 발전기술 개발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전 전력연구원과 민간발전협회·한전KPS가 주최하고 전력그룹사가 후원한 ‘2024 발전기술 세미나’가 5월 9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됐다. 전력수급 안정과 저탄소 전력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발전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관련 기술과 현장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발전기술 세미나는 전력산업계 주요 기술개발 현황과 에너지원별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에는 LNG 냉열·펌프 성능시험·급전제도 등 분야별 10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세미나 오전 세션에선 ▲화력발전소 대형 Pump&Fan 베어링 고질적 이상진동 및 손상 사례(박종근 발전인재개발원 교수) ▲LNG 기화냉열 이용 냉열병합발전시스템 개발(이철희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순환유동층 발전소 암모니아 혼소실증(김동원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보일러 절탄기 상부 마모 저감을 위한 다공판 최적 설계기법(육진환 한전KPS 책임전문원) ▲가변 고압유 펌프 성능진단 사례(최창희 한전KPS 선임전문원)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오후 세션 주제발표에선 ▲비중앙발전 급전자원화 도입 방안(이재혁 전력거래소 차장) ▲화력발전설비 PAUT 기량검증 시스템 개발현황(백철규 서부발전 차장) ▲고중압 증기터빈 안정화 과정(이창현 남부발전 선임전문원) ▲석탄화력 저탄장 자연발화 방지기술 실증(박석운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 ▲AI·빅데이터 분석 기반 발전운영지원 기술개발(박명수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소개됐다.
LNG 냉열 활용 데이터센터 식힌다
이철희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버려지는 LNG 냉열을 냉동창고, 데이터센터 등 연관 산업에 활용해 기대할 수 있는 비용절감과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소개했다.
가스전에서 기체 상태로 생산된 천연가스를 영하 162℃로 액화시킨 것이 LNG다.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다시 기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하 162℃의 액체상태로 저장된 LNG 1kg을 0℃로 기화시킬 때 약 200kcal의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LNG 냉열이라고 한다.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해 주위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철희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2021년 LNG 냉열발전 기화설비·시스템 개발 국책과제를 비롯해 2022년 LNG 냉열 활용 냉매물류단지 기반 구축, 2023년 LNG 냉열 활용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전력수요 최소화 가능 입지 발굴 등 LNG 냉열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LNG 냉열은 온도·압력 형태에 따라 냉동창고, 지역난방, 데이터센터, 수소액화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냉동창고의 경우 기존에는 일반적으로 2단계 증기압축 냉동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소비가 많지만 LNG 냉열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과기부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국책과제를 완료할 경우 연간 버려지는 LNG 냉열 709만 Gcal를 활용해 40MW 용량의 데이터센터 106개소 냉각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희 선임연구원은 현재 전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LNG 기화냉열을 이용한 냉열병합발전시스템 개발 과제도 소개했다. 해당 연구과제는 최종적으로 2kW급 냉열병합발전시스템 개발과 300kW급 기본설계안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철희 선임연구원은 “석탄발전은 증기가 응축·가압·증발·팽창하는 과정을 통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지만 냉열발전은 증기 대신 유기냉매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며 “냉열병합발전시스템 상세설계와 운전·제어 알고리즘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스템 구축·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 300kW급 시스템 구축·실증에 이어 4MW급 시스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며 “LNG 냉열 활용을 통한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술 확보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효율 향상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펌프 성능시험으로 발전설비 안정화 유도
최창희 한전KPS 선임전문원은 발전설비의 불안정한 운전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펌프 성능시험 진단사례를 소개했다.
최창희 선임전문원은 “가변 고압유 펌프는 발전소에서 터빈 제어유 계통에 일정한 압력으로 유압을 공급하는 장치”라며 “발전설비 가동 중 발생하는 펌프 문제는 조속계통 전반에 영향을 미쳐 발전설비의 불안정한 운전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 현장에선 운전 이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문제 발생 시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며 “특화된 성능시험을 통해 펌프 상태 진단은 물론 고질적인 문제, 미인지 문제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KPS는 특화된 펌프 성능시험을 통해 ▲밸브 플레이트 회전방향 불일치 ▲압력·유량 맥동현상 ▲내부부품 마모·유격 등의 문제점을 파악함으로써 핵심 설비 건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발전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준중앙급전발전기 도입… 특정시간 급전 지시
이재혁 전력거래소 차장은 전력공급 과잉과 송전제약 발생에 따라 비중앙발전까지 출력제어가 필요하게 된 국내 계통운영 변화를 설명했다.
이재혁 차장은 “현재 전력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봄·가을철 경부하기간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위해 원전·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석탄발전 DSS(당일 기동정지) 운전을 시행 중”이라며 “중앙급전발전기로도 계통신뢰도 유지가 어려운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중앙발전 출력제어를 시행하게 되는데 공공(연료)-민간(연료)-공공(재생에너지)-민간(재생에너지) 순으로 출력제어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비중앙발전 출력제어 운영체계는 인센티브 부재로 인한 이행력 불확실성과 비중앙발전 유연성 성능 미활용에 따른 원전 감발·석탄발전 DSS 운전으로 총 공급비용(연료비)이 증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출력제어 증가에 따라 발전설비 이상 등 계통 불안정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전력거래소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행력 제고, 비용 최소화, 인센티브 제시, 발전기 등록기준 변경 등이 포함된 전력시장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재혁 차장은 “시장제도를 통한 자발적 참여로 계통 유연성을 향상시켜 이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원전 감발·석탄발전 DSS 운전 완화로 총 공급비용을 낮추고, 비용편익 효과를 활용한 적정 수익성 제공 등을 기본방향으로 한 비중앙발전의 단계별 급전자원화를 추진할 계획”이라 말했다.
또 “현재 신재생에너지와 20MW 이하 발전기를 무조건 비중앙발전기로 등록하는 기준을 기동·정지, 전압조정, GF(발전기 조속기)·AGC(자동발전제어) 운전이 가능할 경우 중앙급전발전기로 선택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며 “중앙급전발전기 급전 지시 사항 가운데 일부 기능을 만족하는 비중앙급전발전기의 경우 특정시간에 급전 지시를 받도록 하는 준중앙급전발전기 분류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새로 도입되는 준중앙급전발전기는 바이오·집단에너지·연료전지 등 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앙급전발전기를 대상으로 한다.
전력거래소는 도입 초기 20MW 초과 발전기를 시작으로 안정적 제도운영 후 용량기준을 점차 완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초기 준중앙급전발전기로 전환 가능한 설비는 올해 2월 기준 38대 3,113MW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