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전 플랫폼에 직접 전력공급 가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부 시추 계획이 발표되자 울산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에 미칠 영향을 놓고 풍력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여나 개발구역이 겹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영향 파악에 분주한 분위기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통상 물리탐사, 탐사시추, 상업개발 과정을 거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시행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물리탐사 심층분석 결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정 매장량만 140억 배럴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내 소비량 기준 가스 29년과 석유 4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같은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지목된 곳이 바로 동해가스전 주변이다. 울산 앞바다 58km 지점 배타적경제수역에 위치한 동해가스전은 2004년 7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마친 상태다.
석유공사는 이번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계획과 관련해 울산 부유식해상풍력에 전혀 영향을 미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탐사시추가 예정된 동해가스전은 6-1 북부 광구와 8광구 지역”이라며 “울산 부유식해상풍력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과 일부 겹치는 6-1 중부·동부 광구는 탐사시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추 계획이 없으니 간섭을 받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석유·가스전 개발 시 해상플랫폼 주변에 5~6개 시추공을 뚫어 채굴이 이뤄지는 작업 환경을 고려할 때 필요한 공유수면점사용 면적이 크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른 석유공사 관계자 역시 “심해 석유·가스 개발은 깊은 바다 땅속에 있는 자원을 채굴하는 작업”이라며 “해상플랫폼 바로 윗부분 주변에서 부유체를 띄워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이 이뤄져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보장된 석유·가스 매장량이 확인될 경우 국내 해상풍력산업도 커다란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 사례처럼 석유·가스 시추를 위해 설치한 해상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인근 해상풍력단지를 통해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지난해 9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88MW 규모 하이윈드 탐펜 부유식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10여km 떨어진 석유·가스전인 굴팍스와 스노레 해상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다. 해당 석유·가스전 운영에 필요한 연간 전력사용량의 약 35%를 부유식해상풍력이 담당할 전망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울산 부유식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계통연계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석유·가스전 해상플랫폼에 직접 전력을 공급할 경우 육지로 연결하는 수십km 해저케이블 공사가 필요 없게 돼 개발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