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공고물량 제시로 예측 가능성 높여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정부가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평가 시 비가격지표 가운데 하나인 산업경제효과 배점을 기존 16점에서 26점으로 늘리는 등 정성평가 항목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원활한 프로젝트 추진과 단지 운영을 위해 거점·유지보수 평가지표도 신설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8일 이 같은 정성평가 강화 내용이 포함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발표하고 업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산업부는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시작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향후 2년간 해상풍력 입찰 공고물량을 7~8GW 규모로 내놓을 방침이다. 2030년까지 14.3GW 규모 해상풍력을 보급한다는 당초 계획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부분 목표량에 근접할 수 있는 공급물량 제시로 시장 확대 기대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계획대로 2026년 상반기까지 최대 8GW 규모 해상풍력 입찰 물량이 나올 경우 앞선 두 차례 경쟁입찰에서 선정된 1.5GW 규모 물량과 현재 운영 중인 해상풍력단지를 더해 2030년에는 9.6GW 규모 해상풍력 가동이 가능해 진다.
이날 발표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과 관련해 풍력업계는 공고물량 전망치 제시로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인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정부에 제안했던 입찰주기 확대를 비롯해 고정식과 부유식해상풍력 시장 분리, 설치기간 현실화 등도 일정부분 반영돼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고비용 여파로 해상풍력 프로젝트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상한가격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입찰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10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입찰 공고에 앞서 9월 중 설명회를 열어 세부사항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부유식해상풍력 별도 입찰시장 개설
산업부는 기존에 연 1회 진행하던 풍력 경쟁입찰을 최대 2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입찰 수요와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10월 입찰을 진행하고 내년에는 상반기(2분기) 입찰 후 필요시 하반기(4분기)에 한차례 더 입찰 시장을 열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사업자는 2026년 상반기까지 최대 4회 입찰 기회를 갖게 된다.
같은 기간 해상풍력 입찰 공고물량도 정해졌다. 입찰공고 직전 수요조사에 따른 변동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2024년 하반기 1.5~2GW ▲2025년(1~2회) 3~3.5GW ▲2026년 상반기 2~3GW 규모 해상풍력 입찰물량을 공고할 예정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해당 입찰물량을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눈 점이다. 산업부는 올해 풍력 경쟁입찰부터 부유식해상풍력을 별도 시장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고정식 대비 2배 내외의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부유식 프로젝트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별도 입찰시장으로 열리는 부유식해상풍력의 시기별 예정 공고물량은 ▲2024년 하반기 0.5~1GW ▲2025년(1~2회) 0.5~1GW ▲2026년 상반기 1~1.5GW 규모다. 입찰 참여조건인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울산 부유식 프로젝트 가운데 올해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는 반딧불이 부유식해상풍력(750MW)이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내년부터 부유식해상풍력 입찰시장 경쟁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풍력 경쟁입찰 도입 이래 부유식해상풍력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입찰 상한가격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비공개로 전환했던 풍력 입찰 상한가격을 올해부터 다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부유식해상풍력 입찰 상한가격 공개 여부는 조금 더 검토할 방침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부유식해상풍력에 대한 상한가격 공개 여부를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비공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유식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 입찰시장을 마련했는데 상한가격까지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자체적으로 부유식 프로젝트 개발에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지 조사해 상한가격을 결정하겠지만 발전단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선 비공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올해 부유식해상풍력 입찰시장에는 한 개 사업자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해당 사업자는 적정 입찰가격을 산출하는데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가격지표 산업경제효과 26점으로 확대
산업부는 비가격지표 배점을 확대하는 등 풍력 경쟁입찰 평가방식도 대폭 개선했다. 지난해 입찰 결과 산업경제효과 등 정성평가 항목이 사업자 선정 시 이렇다 할 변별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입찰에 선정된 5개 해상풍력 프로젝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산업경제효과 평가에서 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쟁입찰 평가체계부터 기존 1단계에서 2단계로 세분화했다. 비가격지표를 살피는 1차 평가에서 입찰 공고물량의 120~150%를 선정한 후 2차 평가에서 입찰가격을 심사하는 방식이다. 1차와 2차 평가 배점을 각각 50점으로 두고 두 개 합산 점수로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기존처럼 비가격지표를 가볍게 여기다간 1차 평가에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
정성평가에 해당하는 비가격지표 배점이 50점으로 늘어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산업경제효과 배점 확대와 거점·유지보수 항목 신설이다.
기존에 16점이 주어진 산업경제효과 평가지표는 26점으로 확대된다. 해당 지표는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도와 함께 안보·공공 부문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안보의 경우 2025년 상반기 입찰부터 별도 평가지표로 반영될 예정이다.
신설되는 거점·유지보수 평가지표는 프로젝트 적기 준공과 향후 20년간 안정적인 단지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내용으로 8점이 배정됐다.
또 다른 풍력업계 관계자는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산업경제효과 평가지표 배점을 확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취지에 맞게 사업자가 대응할 수 있다”며 “주민수용성 확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해당 배점을 줄이는 것은 지역 어민과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있는 만큼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업진행도 지표를 손보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경제효과와 거점·유지보수 평가지표는 국내 공급망 활용으로 산업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내용인데 굳이 분리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안보 사안을 평가에 반영하는 게 특정 국가 제품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역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공공주도형 입찰시장 신설
산업부는 정부입찰 중심으로 신규 재생에너지설비 보급을 유도하는 RPS제도 개편에 맞춰 풍력 경쟁입찰에 공공부문을 추가했다.
우선 비가격지표인 산업경제효과에 공공역할 내용을 포함시켜 평가 시 가점이나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2025년 상반기 입찰부터는 공공주도형 입찰시장을 별도로 신설해 입찰 공고물량을 민간부문과 나누기로 했다. 공공주도형 입장시장의 경우 별도로 마련될 평가기준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풍력업계 관계자는 “공공주도형 입찰시장 참여조건으로 공기업 지분 70% 이상을 예시로 들어놨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공기업이 해당 입찰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상당부분이 민간기업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데 당장 내년 상반기 입찰부터 공공부문에 일정 물량을 배정하면 민간부문 입찰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주도형 입장시장 개설 취지가 국내 제조업 육성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프로젝트 개발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별도 평가기준 마련 시 상한가격을 다르게 적용할 경우 민간부문과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현재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는 설치기간 준수 기준도 손봤다. 기존에는 경쟁입찰에 선정된 사업자는 REC 매매계약 체결 후 ▲100MW 이하 54개월 ▲100MW 초과 60개월 이내에 사용전검사를 마쳐야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100MW 이하 60개월 ▲100~300MW 72개월 ▲300MW 초과 78개월 이내에 사용전검사를 마치면 된다. 다만 발전사업허가 취득 후 사업개시까지를 의미하는 준비기간 8년의 잔여기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단서조항에 따라 300MW가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78개월의 설치기간 적용을 받으려면 발전사업허가 취득 후 1년 6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