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요구 고민한 흔적 찾아볼 수 없어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발표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요구하는 각계 분야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넉 달 만에 공개된 정부안은 요지부동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 현장에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놓고 비중 확대·축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재생에너지 축소 정책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반면 원전 대비 발전단가가 수배나 비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기요금이 올라 현 세대 부담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력수급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수립하는 국가 에너지계획이 이념과 세대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 공청회 현장에서 그려진 것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 절차를 거침에 따라 향후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올해 4분기까지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3기 신규 건설로 4.2GW 확보
관심을 모았던 기간에 따른 발전원별 세부 설비용량과 발전비중 전망치는 이날 공청회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앞선 5월 31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담긴 내용과 공청회에서 밝힌 정부안은 대동소이했다.
목표수요, 목표설비, 확정설비는 물론이고 발전량, 발전비중 계획에 담긴 모든 수치는 실무안과 정부안이 동일했다. 실무안 발표 이후 국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여려 차례 요구했지만 이와 관련해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권고한 실무안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드린 셈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에 따르면 현재 각각 26.1GW 수준인 원자력과 태양광·풍력은 2038년 36.6GW와 115.5GW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력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계속운전 계획을 반영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건설기간을 감안한 대형 원전 4.2GW와 기술여건을 고려한 소형모듈원전(SMR) 0.7GW도 반영했다. 1기당 1.4GW인 APR1400을 고려해 대형 원전 3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에 담긴 2030년 전원별 발전비중은 ▲원전 31.8% ▲석탄 17.4% ▲LNG 25.1% ▲신재생에너지 21.6% ▲수소·암모니아 2.4% 등이다. 앞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해 같은 기간 원전과 석탄은 각각 0.6%p와 2.3%p 줄고, LNG와 수소·암모니아는 2.2%p와 0.3%p씩 늘었다. 신재생에너지는 변동 없이 동일한 발전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풍력 16GW 이상 확대
정부는 NDC 달성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 태양광과 풍력이란 판단 아래 두 에너지원을 합쳐 2038년까지 115.5GW 보급하기로 했다. 우선 2030년 72GW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태양광은 2030년 53.8GW에 이어 2038년 74.8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풍력은 18.3GW에 이어 40.7GW로 확대된다.
이는 2030년 기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비 태양광은 7.3GW 늘어난 반면 풍력은 오히려 1GW 줄어든 수치다. 이용률을 감안하더라도 발전량 기준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60:40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정부 계획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2GW 규모가 가동 중인 풍력은 6년 안에 추가로 16GW 이상 준공돼야 1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후 8년 동안 22GW 규모를 신규로 건설해야 가능한 목표다.
그동안의 풍력 보급실적에 비춰볼 때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30GW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시장 여건만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