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의 증가로 전력수요 큰폭으로 늘어날 전망
수주대상 국가의 선택과 집중, 대상국가별 맞춤형 전략수립도 중요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나경원 국민의 힘 국회의원과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10월 1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해외 원전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팀코리아 전략과 대한민국 원전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국내 원전건설 기술과 경쟁력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수년간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위기로 인해 에너지 가격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세계가 에너지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더욱이 AI 발전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SMR을 포함한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에너지정책의 ‘탈정치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산업계·학계의 유기적 원전 생태계 조성
정부의 원자력산업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만에 이룬 성과로 사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체코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원전 4기가 가동중인 두코바니 지역과 테멜린 지역에 총 4기를 새로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체코와 같은 유럽연합 소속인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와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국내 원전 산업계가 하나의 팀을 형성해 이뤄낸 결과다. 이와 함께 내년에 이뤄지는 체코원전 건설의 본 계약을 위해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통해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목소리다.
최영두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의장은 환영사를 통해 “체코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 원전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선 사전에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빼놓을 수 없다”며 ▲원자력 분야 우수인력 확보와 양성 ▲원자력 수출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두 의장은 “원전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인력과 기술에 달려 있다”며 “우수한 인력확보를 위해 지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출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장기적인 인력 확보방안을 수립하고 선제적인 인력양성을 통해 적기에 우수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원전 수출을 위해선 정부·산업계·학계 등의 지원체계가 유기적이며 상시적이어야 한다며 법률 제·개정을 통해 원전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해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규원전 추가건설이 필요하며,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설비개선을 통해 더욱 더 안전하게 계속운전을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며 특히 국회에 계류중인 고준위특별법을 조속해 제정해 체계적인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자립에서 수출 집중체제로 전환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기조연설에서 한수원의 체코 원전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국내 원전 생태계의 신속한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구축의 초석을 놨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는 해외 수출을 포함해 16기를 건설하며 원전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생태계가 일시에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원자력산업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조5,034억원 수준이던 원전 업계 전체매출은 2020년 4조573억원으로 4년새 26%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억2,641만달러에서 3,372억달러로 73% 급감했으며 업계 인력도 2만2,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해 이번 정부는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생태계 재건 프로그램을 진행해 신한울3·4호기 건설설계, 원전업계 지원, 원자력R&D 등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체코 원전건설 수주는 우리나라 원전건설 기술의 우수성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APR-1400을 개발해 수출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높여 APR+를 개발했으며, 유럽형 APR-1000을 개발해 유럽사업자협회 인증까지 받아 안전성 측면에서 유럽진출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박상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원전수출 강국 달성을 위해서 ▲정책의 일관성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 ▲원전수출체제 개편 ▲미래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기술자립 체제에서 벗어나 수출 집중체제로 바꿔야 하며 SMR, 부유식 원전, 선박 추진용 원전, 우주 추진용까지 미래 원자력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원전 투자정책 적극성 수반돼야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국내외 원전 생태계 현황과 보완점’을 발제하며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했으며 이로 인해 수출이 되더라도 보조기기는 어려운 서플라이체인 붕괴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은 학생수 감소로 이어졌고 해외 원전사업의 경우 영국 Toshiba 우선협상자 지위 상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소개했다.
원자력계 전문인력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도 자질이 저하되고 원자력 전공자가 부족하며 시장이 불투명해 증원도 불투명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온난화에 따른 무탄소 전원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데이터센터, 공장 대형화에 따른 전력수요가 증가되고, 원전건설 산업은 신규원전과 선진국의 노후원전 교체 수요 등으로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범진 학회장은 체코원전 건설 수주가 당장 국내 원전 생태계에 낙수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체코 두코바니5·6호기는 2029년에야 착공 예정이며, 주기기를 제외한 보조기기는 현지 조달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공급망이 완전히 회복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국내 신규원전 건설 확대를 통한 공급망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해외 공급망과 전략적 협력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고 국내 원전산업 안정화·체질을 개선하는 등 생태계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태계 복원의 핵심은 일감 확대인데,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선 신규원전에 대한 분명한 신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은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 불안정성 등으로 여전히 우수인력이 원자력공학과를 꺼리고 있다”며 정부의 원전 투자정책에 적극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승 한수원 체코·폴란드 사업실장은 ‘체코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원전 수주전략’를 발제하며 수주대상 국가의 선택과 집중, 대상국가별 맞춤형 전략수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원자력 분야 우수인력 확보와 양성이 중요하다며 앞선 발제자들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장현승 사업실장은 “원전 산업 경쟁력 핵심은 우수인력과 기술”이라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인력 양성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 수출지원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현승 사업실장은 “원전의 지속적 수출을 위해선 지원체계의 상시화가 필요하다”며 “법률 제정, 개정을 통한 원전 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확 한국원자력연구원 노동조합 지부장은 ‘국내외 원전 수요 충족을 위한 원자력 기관별 역할 및 인력 확보방안’을 발제하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문인력 이탈은 원전 르네상스가 오더라도 인력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꾸준한 원자력산업 일감과 원자력산업 분야 공기업 통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