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감시위원회·전력시장감독원의 신설 제안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전력산업은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등의 영향으로 다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기요금을 비롯한 기존 규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다.
대한전기학회(회장 이병준)와 한국에너지법학회(회장 정남철)는 10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 아나이스홀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력산업계 산학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공동 심포지엄은 ‘전력산업 규제 거버넌스의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렸으며, 급변하는 전력산업 환경에 맞춰 기존 규제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가격입찰제 시장 전환 위해 감시기능 강화돼야
이광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소매 전력시장, 즉 전기요금 결정 구조의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광민 변호사는 기존에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해왔던 전기요금 논의 과정을 공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독립된 규제위원회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행 전기사업법을 활용하거나 전기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신설해 전기위원회의 법적 지위, 독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광민 변호사는 “전기요금은 원가를 기반으로 해 전력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규제위원회로서의 전기위원회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런 개편은 단순한 탈정치화를 넘어, 전력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광 고려대학교 교수는 급변하는 전력시장 환경에 맞춰 도매시장 감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감독원과 같은 전력시장감시위원회 및 전력시장감독원의 신설을 제안했다.
국내 전력시장은 2000년대 초반 개설된 이후 20여 년간 큰 변화 없이 운영돼 왔지만, 최근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입찰 시장 등의 도입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기존 변동비 기반(CBP) 시장에서 가격입찰제(PBP) 시장으로의 전환이 핵심적인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CBP 체제에선 발전사들이 전력 물량만을 입찰하고, 가격은 비용평가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조였지만, 새로운 시장 구조에선 발전사들이 가격을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관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런 가격입찰제 시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력시장 감시기능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전력시장감시위원회를 신설하고,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성관 교수는 “향후 가격입찰제가 전면 도입되면 다양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현재의 CBP 체제에선 정책, 규제,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고, 시장 감시 역할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력시장 감시와 규제 거버넌스의 강화를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성관 교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전문성과 공공성을 확보한 감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립성·전문성 갖춘 계통신뢰도 감시기구 필요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계통 측면에서의 규제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와 관련된 협의회 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행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운영과 감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가 돼버렸다는 것이며, 이는 감시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로 꼽았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계통을 감시하기 위한 독립적인 규제 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런 거버넌스가 형성된 이유라고 설명하며, 이에 따라 계통 신뢰도 감시기구를 신설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통해 규제 당국과 이해당사자 간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계통 신뢰도 감시기구는 책임과 권한을 분리해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정책과 규제 기능을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크지 않았지만, 앞으론 시장 변화에 맞춰 이런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도매시장 ▲전기요금 ▲전력계통 분야에서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발제 이후에는 김석주 한국전기연구원 부원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세션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발제자를 비롯해 여섯 명 참여해 전력시장 거버넌스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