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수급 안정 위해 전기요금 인상·시장기능 강화 필요”
“기후변화 대응과 수급 안정 위해 전기요금 인상·시장기능 강화 필요”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2.07.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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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 ‘2012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 개최
순환정전 계기로 ‘기후변화·수급불안’ 주제 발표 토론


국내외 전력분야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와 전력수급 불안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요금 현실화와 시장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는 국내외 전력시장 분야 전문가와 실무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2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외국에서는 SICEM(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Electricity Market)으로 유명한 이 컨퍼런스는 2005년을 시작으로 해 올해 8회째 개최되는 행사로서 국내 전력산업계는 물론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에서도 20여명의 전력업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 컨퍼런스는 전력산업 산학연 전문가들이 같은 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전력산업 주요 이슈에 대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향후 전력산업의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개최됐다.


“아시아 유일 전력거래 컨퍼런스”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작년에 순환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확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화 되는 시기를 맞이해 ‘기후변화와 수급불안 시대의 전력시장’ 이라는 주제로 한, 미, 영, EU 등 세계 각국에서 4명의 전문가가 연사로 참석한 가운데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는 아시아 유일한 전력거래분야 컨퍼런스로 자리잡았다”면서 “한국은 작년 초유의 순환정전을 경험하고, 올해도 이른 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든 관계자들이 합심해 대처하고 있어 작년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또 “아시아에서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를 통해 전력시장의 모범을 보이자”고 당부했다. 

이어 구자윤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선진국 경제에 진입한 국가 중 하나인 우리는 교토의정서에 대응해야 할 시기에 도달한 만큼, 오늘 컨퍼런스의 의미는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급과 소비의 효율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며, 지난해 우리 한국이 겪은 순환정전도 경제규모에 걸맞는 수준으로 에너지의 공급과 소비체제를 선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구자윤 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빚어진 에너지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전기위원회는 한국의 전력시장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앤드류 댈글리시(Andrew Dalgleish)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도 축사에서 현대에서 전기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으며, 우리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개발한 에어컨 등의 냉방기기가 온실가스를 배출해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댈글리시 부대사는 이어서 영국의 발전소 중 20%가 20년 안에 폐쇄될 예정이지만 반대로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영국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풍력과 파력, 조력 등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댈글리시 부대사는 또 한국과 영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이유가 많다면서 한국기업의 투자를 부탁했다.
 

텍사스 2015년부터 전력공급 어려워

컨퍼런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미국 텍사스 전력계통 및 시장운영 기관 ERCOT의 계통운영책임자인 단 우

드핀(Dan Woodfin) 씨는 2011년 2월 겨울에 있었던 텍사스 지역의 순환정전 사례발표를 통해 텍사스 역시 기후변화와 전력수요 증가에 미리 대처하지 못해 2015년부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우드핀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 도매시장의 상한가격 규제를 상향조정하고, 부하감축 조치가 발동돼도 시장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장규칙 개정, 에너지 저장장치와 같은 새로운 자원의 편입 허용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는 소매사업자(REP)와 발전사업자(PGC) 간 장기 쌍무거래가 모든 전력거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정수급계획기관(QSE)는 이런 직거래 수급계획을 ERCOT에 제출하게 된다.

ERCOT는 이미 수급상 확보된 쌍방거래분 및 하루전시장 구매분에 추가해 실시간 계통운전에 필요한 수급균형 물량과 보조서비스를 QSE로부터 별도 구매해 급전 운영한다.

ERCOT는 1970년 북미신뢰도협의회(NERC)의 규정에 따라 텍사스 지역의 전기안전 및 신뢰도 관리조직으로 출범했고,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1996년 8월 독립계통운영자(ISO) 및 전력거래기관으로 기능이 변화했다.

다음 발제자로는 유럽현물전력거래소 장 프랑소아 코닐 라코스테(Jean-François Conil-Lacoste) CEO가 나섰다. 

라코스테 씨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공급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국민들이 아직도 원전에 매우 호의적인 상태라는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로 구성된 현재의 유럽 전력시장이 점차 확대돼 유럽 전체가 단일 전력시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유럽현물전력거래소(EPEX SPOT)는 유럽 전력시장의 통합을 위해 2008년 유럽에너지거래소와 프랑스 전력거래소가 50대 50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영국의 사례는 주한영국대사관의 마이클 워터스 씨가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그리고 깨끗한 화석연료를 미래 전력생산의 3가지 중요 요소로 보고 전력부문의 저탄소화와 함께 공급안정 및 가격안정 등 3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전력시장을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영국의 발전부문은 28개 주요 발전회사를 중심으로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계통운영은 NGET가 계통 및 송전운영자 역할을 수행하고, 쌍무계약 중심의 장외거래가 활성화됐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한양대 윤원철 교수는 9.15 긴급부하조정이 낮은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불러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가격신호체계 부재,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로 전력이 과소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기 전력수급계획의 실패, 불필요한 정부규제 등으로 또 다른 재앙이 예상된다면서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마련을 역설했다.

최소 15% 공급예비율 확보 필요

동의대 유상희 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전력시장 기능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국대 전기공학부 노재형 교수는 “우리나라도 텍사스처럼 공급설비 부족 시 높은 가격을 허용해 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자신호를 주는 시장친화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수급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숭실대 전기공학부 송경빈 교수는 “작금의 수급불안은 장단기 관점에서의 대응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최소 15%의 공급예비율 확보,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한 전력가격의 우선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전력거래소가 개최하고 있는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는 전력시장에 관한 국내 유일의 국제적인 전문 컨퍼런스로서, 전력시장에 관한 선진 이론과 사례를 국내에 접목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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